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 것은 노화에 따른 현상이다. 노화는 우리 몸 속 생체시계에 영향을 끼쳐 밤낮을 구별해 신체리듬을 조절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잠자는 시간이 짧아지고 아침잠이 없어진다.
하지만 노년층의 불면증이 나이로 인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내과적 질환이나 만성질환 때문은 아닌지 보호자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관절염 등의 퇴행성 질환이 있다면 그 통증으로 인해서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전립선질환이나 과민성 방광 등의 문제로 인한 야간뇨나 빈뇨로 잠을 설칠 수 있다. 이런 질환이 있는 노인들은 잠을 깊게 자기 힘들고 잠이 들더라도 자주 깨는 수면분절을 겪게 되어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또 노년층이 다른 질병으로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이로 인해서도 불면증이 초래될 수 있다. 일부 우울증 치료제, 기관지 확장제, 베타 차단제, 중추신경자극제, 코티코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은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노년층에서 불면증이 지속되면 무작정 수면제를 복용하기보다는 원인을 찾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증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병원에서 1박2일 동안 자면서 검사하며, 결과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본인이 잠을 자려고 너무 노력하면서 밤이 두려워지고 잠 걱정에 스스로 긴장을 악화시켜 불면화를 만드는 1차성 불면증인 경우 인지행동치료가 효과가 있다. 노인들이 수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태도와 잘못된 믿음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 더 많은 정보와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대체하게 하여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2차성 불면증은 확연히 잠을 못 잘 수면장애가 있는 것으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고 근본 치료를 받으면 잠을 잘 잘수 있게 된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잠꼬대,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대표적인 노인성 수면장애다.
특히 노인의 심한 잠꼬대나 렘수면행동장애는 치매나 파킨슨병과 깊은 관계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미국 수면학회에 따르면 실제 자면서 심하게 잠꼬대를 하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의 수면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치매나 파킨슨병 등 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3.3배에 이르고, 고혈압과 주간졸음 및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진규 원장은 “원래 렘수면 동안에는 뇌간 안에 운동마비 조절 부위가 작동돼 움직임이 없이 숙면을 취하는 것이 정상인데, 뇌간에 질환이 있거나 뇌간에 운동 조절이 문제가 되는 파킨슨병인 경우 렘수면동안 정상적인 운동마비 기능이 저하돼, 수면 중에 심한 잠꼬대나 움직임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잠꼬대나 수면 중 이상행동이 심한 노인은 파킨슨병 전조 증세로 이해하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한 원장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많은 사람은 렘수면 행동장애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데, 뇌에 공급하는 산소가 부족해져 의사 결정과 판단에 관여하는 대뇌백질이 더 많이 손상돼 치료를 안 할 경우 치매나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도 더욱 커질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며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