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온라인에서 탈모·무좀 치료 효과를 표방한 의료기기, 화장품, 의약외품 등 부당광고 376건을 대거 적발하면서 탈모 치료 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제도적 한계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탈모 치료를 둘러싼 소비자 불안 심리를 악용한 과장·허위 광고가 의료기기, 화장품, 의약외품 전 영역에서 만연해 있다는 점은 국내 탈모치료 시장이 여전히 ‘규제와 신뢰’의 경계선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 국내 허가된 탈모치료제, 사실상 제한적
현재 국내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은 탈모 치료용 의약품은 극히 제한적이다. 경구용으로는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외용제로는 미녹시딜 성분이 사실상 전부다. 이들 성분은 수십 년간 임상 근거를 축적해 왔으며, 남성형 탈모(안드로겐성 탈모)에 한해 치료 효과가 검증된 약물로 분류된다.
반면, 온라인 시장에서 난무하는 ‘탈모샴푸’, ‘발모 에센스’, ‘레이저 탈모치료기’ 상당수는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의료기기·공산품에 해당한다. 이들 제품은 두피 환경 개선이나 보조적 관리 수준의 기능만 허용될 뿐, 탈모 치료나 예방 효과를 직접적으로 표방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번 식약처 단속은 이 같은 법적 경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탈모 의료기기 시장, 허가와 불법 유통의 양극화
탈모 관련 의료기기 시장 역시 양극화가 뚜렷하다. 국내 허가를 받은 저출력 레이저 치료기(LLLT) 등 일부 의료기기는 제한적 조건 하에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해외 미허가 제품의 직구·구매대행 광고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식약처가 이번에 적발한 의료기기 부당광고의 80% 이상이 불법 해외직구 탈모·무좀 레이저 기기였다는 점은, 탈모 의료기기 시장이 ‘허가 제품’보다 ‘비허가 제품’ 중심으로 왜곡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소비자 안전 문제뿐 아니라,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은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과 기술 개발 의지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시장 지배력은 ‘의약품+병·의원’ 중심으로 고착
탈모 치료 시장의 실질적 지배력은 여전히 의약품을 기반으로 한 병·의원 중심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전문의 처방을 통한 경구 치료제와 외용제 병용 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 유통 제품이나 기능성 화장품은 보조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비대면 진료, 탈모 전문 플랫폼, 정기 배송 서비스 등이 확산되며 탈모 치료의 접근성과 소비자 경험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제약사와 의료기관에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허가·광고 규제의 사각지대를 키울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 향후 전망: 규제 강화 속 ‘근거 중심 시장’으로 재편
전문가들은 이번 식약처 단속을 계기로 탈모 치료 시장이 ‘마케팅 중심’에서 ‘근거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장 광고와 불법 유통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이 강화될 경우, 소비자는 보다 명확한 정보에 기반해 치료 수단을 선택하게 되고, 기업 역시 임상 근거와 허가 전략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기전 탈모 치료제 개발 ▲재생의학·세포치료 기반 연구 ▲디지털 헬스케어와 결합한 맞춤형 탈모 관리 솔루션 등이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다만 이 역시 명확한 허가 기준과 과학적 검증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탈모는 치료 대상… 광고 규제는 곧 환자 보호”
탈모는 단순 미용 문제가 아닌,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이번 식약처의 부당광고 적발은 시장 위축이 아니라, 소비자 신뢰 회복과 정상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탈모 치료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결국 ‘허가받은 치료제’, ‘검증된 의료기기’, ‘정확한 정보 제공’이라는 기본 원칙 위에서만 가능하다.
과장된 희망이 아닌, 근거에 기반한 선택이 탈모 치료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