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정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 이후 연평균 의대정원 668명 증원 결정과 관련해 “수련·교육 현장 붕괴를 외면한 채 전 정권의 의료농단을 반복하는 비과학적 결정”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해당 결과를 막지 못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책임을 지적하며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2024년 2월 이후 약 2년에 걸쳐 의대생과 전공의 약 3만 명이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겪어온 혼란과 희생을 언급하며, 그 여파가 여전히 수련 및 교육 현장 전반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 결정이 일시 중단되기는 했지만, 파행적인 수련 일정과 전문의 시험 운영, 학사 일정 혼선과 학번 중복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의사협의회는 “현 정부와 여당이 의료농단을 비판해 왔다면, 가장 먼저 나섰어야 할 과제는 붕괴된 의대 교육과 전공의 수련 현장의 정상화 방안 마련이었을 것”이라며 “의대정원 규모를 동결하거나 일부 조정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접근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초 의대정원 증원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데 이어, 공공의대 및 전남권 의대 신설까지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협의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예견된 상황에서 의협은 보다 전략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준비했어야 했다”며 “의대정원 규모를 사실상 결정하는 추계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동의했고, 정치적 판단이 불가피한 기구에 과도하게 연구 중심의 접근만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투쟁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둔 메시지가 정부에 전달되면서 정책 추진에 부담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정부가 연평균 668명 증원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병원의사협의회의 판단이다. 협의회는 “비과학적 기준에 기반한 정원 증원은 미래 의료에 장기적인 부담을 남길 수 있다”며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과 함께,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한 의협 집행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의협 집행부 퇴진 요구의 근거로 김택우 의협회장의 과거 발언도 언급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올해 1월 내부 회의에서 향후 발표될 의대정원 증원 규모가 전공의와 회원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일 경우 자진 사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월 말 열린 대표자대회에서 교수 및 전공의 대표들이 정부의 증원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점도 거론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현 시점에서 의협 집행부 교체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재와 같은 대응 수준이라면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의료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의협은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을 통해 회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대변하고,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협의회는 향후에도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정책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의료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