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안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다. 대한의사협회가 “숫자에 매몰된 결정으로 의학교육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반면, 환자단체들은 “의료 공백과 진료 대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정부 결정을 환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2년간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대화에 임해왔지만, 정부는 합리적 이성 대신 숫자만을 앞세운 결정을 강행했다”며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의협은 특히 2027학년도 증원이 단순한 인력 확대가 아니라 의학교육 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의료 사태로 휴학했던 학생들과 군 복귀생들이 대거 복귀할 경우, 기존 정원과 증원 인원이 겹치며 교육 현장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학생이 한꺼번에 몰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이는 2025학년도 대규모 증원과 맞먹는 충격”이라며 “의학교육평가원이 강조해 온 교육 가능한 상한선 10% 기준이 철저히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열악한 강의실과 실습실에서 질 낮은 교육이 양산되고, 그 결과 배출될 의사의 자질 논란과 의학교육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협은 모집정원 재산정, 실질적 권한을 가진 의학교육 협의체 구성, 의료 인력 추계위원회 전면 개편, 필수의료 기피과 해소를 위한 적정보상과 형사 처벌 면책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이러한 제도 개선 없이 숫자만 늘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환자단체들은 정부의 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으로 평가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진료 대기, 응급실 뺑뺑이, 필수의료 공백은 이미 국민의 일상이 됐다”며 “의대 정원 증원은 국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환자단체는 의료계의 교육 여건 우려에 대해 “교육 인프라 확충은 정부가 책임지고 병행해야 할 과제이지, 증원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의료계가 증원 논의 때마다 교육 붕괴를 이유로 들지만, 그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왔다”며 “의료 인력 확대 없이는 지역·필수의료 정상화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계가 진정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걱정한다면, 증원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제대로 양성하고 배치할지에 대한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각은 갈린다. 일부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의사 수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단기간에 대규모 증원이 이뤄질 경우 교육의 질 저하와 수련 시스템 붕괴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현재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 신뢰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 결정을 옹호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단순한 인력 숫자를 넘어, 의학교육의 질과 의료 접근권, 정부 책임과 의료계 자율성이라는 복합적인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정부가 약속한 교육 여건 확충과 필수의료 강화 대책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가 향후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