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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보령제약그룹회장 자서전/05/성실함은 우연조차 필연으로 바꾼다

"약과의 우연이 끊을 수 없는 인연과 필연을 낳았고, 그 필연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

약과의 우연이 끊을 수 없는 인연과 필연을 낳았고, 그 필연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 특히 보령약국의 문을 연 1957년 가을, 내가 성심성의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종로  5가 124번지 낡은 건물을 신뢰하자, 우연히 만난 그 건물조차 나를 신뢰해 주었다. 그리고 그 우연은 점차 필연이 되어갔다.

사실 보령약국 터를 잡은 것이, 그 곳이 원래 약업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거나 사람과 차들의 통행이 빈번한 곳이라거나 하는 철저한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대신 이상할 정도로 그 곳이 내 마음을 끌었고, 그래서 나는 허름한 건물 내외형이나 턱없이 비싸게 부르는 임대료도 아랑곳 하지 않고 끈질기게 그 곳을 내 개업장소로 고집했다. 따라서 어쩌면 보령약국 터와 나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연은 항상 필연을 수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우연이 있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 모든 경우의 수들이 사실상 끝내 이루어질 필연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는 힘, 그것이 바로 성실함과 신뢰가 아닐까.

내가 어린 시절을 약방에서 보낸 것도, 소년시절을 약국에서 지낸 것도 단순히 우연이었을지 모른다. 뿐인가. 6.25가 한창이던 때 내가 조교로 후방에 남고, 엄소령님을 만나 군복을 벗고, 서울로 올라 와 매형을 만나고, 그리고 하고 많은 건물 중에 그 허름한 문방구가 눈에 들어온 것도 우연인지 모른다.


만약 유소년기에 접한 그 많은 약들을 그냥 구멍가게의 과자 봉지와 다름없는 것으로 대했거나, 나름대로 성실하게 군 생활을 하려는 각오가 없었거나, 그리고 매형과 함께 한 홍성약국에서의 생활을 한시라도 소중히 여기지 않았거나, 그리고 한 달을 두고 집주인을 설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이후의 내 인생은 그저 ‘우연히’ 이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국에서든, 군대에서든 내 나름대로 성실함을 다했기에 그 여러 우연들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비즈니스는 바로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신의와 성실, 그리고 상호이해가 전제되는 인간관계에서 비로소 비즈니스가 알찬 결실을 맺는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매사를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받아들이는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의지는 곧 신뢰를 낳고, 신뢰받는 인간에게는 모든 우연이 다 필연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약과의 우연이 끊을 수 없는 인연과 필연을 낳았고, 그 필연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 특히 보령약국의 문을 연 1957년 가을, 내가 성심성의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종로  5가 124번지 낡은 건물을 신뢰하자, 우연히 만난 그 건물조차 나를 신뢰해 주었다. 그리고 그 우연은 점차 필연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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