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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보령제약회장 자서전/15/보령제약 시대의 개막

보령(保寧)이라는 지명이 갖는 의미가 제약회사의 이름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안녕(寧)을 보증(保)한다, 혹은 편안함(寧)을 지킨다(保)는 그 뜻이야말로 약을 만들어 파는 회사로서는 가장 근원적인 철학이 아닐 수 없었다.


6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제약업계는 일대 조정기를 맞게 된다. 치열한 시장경제논리가 본격화하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기업특성을 가진 업체만이 장래가 보장되었으며, 반대로 기존의 수준을 답습하는 낮은 제조기술과 평범한 품목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었다.


즉, 항생제면 항생제, 비타민제면 비타민제, 드링크류면 드링크류 등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이 생존의 과제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1964년 이후 제약업체들이 원료 산업에 눈을 뜨게 되면서부터 업계의 경쟁은 실로 격전을 방불케 했는데, 그 결과 1965년에 468개소에 달했던 제약업체 수가 이듬해인 1966년에는 349개소로 줄어 해방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치를 보였다.


그야말로 흥망성쇠가 교차하는 이러한 제약업계의 변화 속에서 우리도 결코 예외일 수는 없었다. 급변하는 시장의 동향은 나와 동영제약을 더 이상 ‘한 물 간’ 약전품이나 항생제에 머물러 있게 만들지 않았다.
이제 업계파악과 경험축적을 끝내고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제약업계 한복판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였던 것이다.

상호를 보령제약주식회사로 바꾼 것은 안녕(寧)을 보증(保)한다, 혹은 편안함(寧)을 지킨다(保)는 뜻으로 약을 만들어 파는 회사로서는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나와 직원들 모두가 새로운 제약업체의 구성원으로 거듭난다는 의미에서, 나는 우선 업체의 상호를 동영제약주식회사에서 보령제약주식회사(保寧製藥株式會社)로 바꾸었다. 1966년 2월 26일, 동영제약을 인수한 지 3년만이었다.


앞 장에서 나는 약국의 이름을 ‘보령’으로 한 것이 고향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제약회사의 이름을 보령제약으로 한 것도 역시 고향인 보령을 의식한 것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제약회사 이름으로서의 ‘보령’은 특히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우선 ‘보령’은 내가  태어난 곳의 지명이자 동시에 제약인의 꿈을 영글게 해 준 터전 - 바로 보령약국과 보령약품의 상호이기도 했다. 따라서 내가 어느 일을 하건, 나는 그 값진 이름을 내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보령(保寧)이라는 지명이 갖는 의미가 제약회사의 이름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안녕(寧)을 보증(保)한다, 혹은 편안함(寧)을 지킨다(保)는 그 뜻이야말로 약을 만들어 파는 회사로서는 가장 근원적인 철학이 아닐 수 없었다.


상호변경과 함께 나는 처음으로 회사 마크를 제정하고 상호등록을 마쳤다. 마크는 보령(BORYUNG)의 영문 이니셜 B자를 중심에 두고 둘레를 원형 테두리로 둘러 싼 형태를 취했으며, 그 테두리 안에는 회사의 영문명과 한글 이름을 위 아래로 둥글게 각인했다. 이로써 제약기업으로서의 보령 시대가 그 막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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