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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총장 자서전/47/2002 월드컵 지정병원 선정

건양대학교병원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



2002년 우리나라는 월드컵 경기를 통해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놀라운 기적을 일구어냈던 해이다. 온 국민의 열망으로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었다. 우리 민족 전체가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고 감격에 겨워 태극기를 흔들었다. 더구나 전 세계가 우리를 향해 관심을 쏟았던 경사스러운 행사에 우리 건양대병원이 일조하게 되어 지금도 가슴을 뿌듯하게 한다.


2001년 3월 우리 병원은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선정하는 2002년 FIFA 월드컵 축구대회 공식 지정병원에 대전ㆍ충남에서 유일하게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대전의 유수한 병원 가운데 가장 후발주자이고 개원한 지 불과 1년 밖에 안 된 상황에서 공신력 있는 대외기관으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월드컵 지정병원은 각국 선수단과 FIFA 임직원, 대회 관계자, 보도진, 운영요원 및 일반 관중들에 대한 의료를 책임짐으로써 대회를 안전하게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전국에서 14개 병원이 지정병원으로, 18개 병원이 협력병원으로 선정되었는데, 협력병원은 경기장 안에는 못 들어가고 밖에서 진료지원을 하는 병원들인데 대전에서는 충남대병원이 선정되었다.

 

건양대학교병원이 대전, 충남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월드컵 축구대회 공식

병원으로 지정받았다.           
              
월드컵 지정병원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총 10개의 평가 항목이 있는데, 우리 병원은 의료 수준의 적합성, 의료장비 및 지원 수준, 치료 범위의 다양성, 입원실 수준, 응급 의료체계 전반, 경기장과의 거리, 입원실 및 응급실의 독립성 및 보안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온갖 위기를 헤쳐오며 오로지 좋은 병원을 짓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 모든 노고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 했다.


나는 월드컵대회 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원 및 시설 장비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갈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4월에는 보문산에서 개원 1주년 기념과 함께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청결 월드컵 캠페인’ 행사도 가졌다. 윤승호 의료원장과 250여 명에 달하는 병원 교직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보문산 일대에서 자연보호와 함께 휴지와 오물 등을 치우며 깨끗한 월드컵을 치르기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고취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2002년 1월에는 윤승호 의료원장을 비롯하여 각 부서장 12명이 모여 인력지원 방안과 주요장비 소요 현황, 구급차 준비 등을 점검했다. 병원 안팎에 월드컵 분위기를 조성하고 파견 의료진들의 외국어 교육 등 사전 준비교육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외국선수들이 사고를 당했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응급실에 월드컵 전용구역을 설치하도록 했다.

 

입원하게 될 경우도 생각해서 선수 및 관계자들의 보안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격리가 가능한 월드컵 전용 병동도 마련해 놓았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 결과 월드컵 의료지원 체제를 점검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FIFA 의무지원 책임관인 마데라 씨는 우리 병원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6월 월드컵대회가 전국적으로 시작되었다. 6월 12일에 대전에서 벌어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 스페인 경기, 6월 14일 폴란드대 미국 경기, 그리고 6월 18일 16강에 진출한 한국과 이탈리아의 8강 진출 경기 등 총 3경기가 열려 우리 병원은 윤대성 교수를 포함하여 25명의 의료진을 파견하였다. 경기장 내에 5개의 진료실을 운영했는데 참가 선수의 부상을 치료하거나 약물복용 여부를 검사하고, 선수 및 FIFA 각국 주요 인사들의 급성 질환 및 관중들에 대한 의료를 지원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가 있던 날은 8강 진출을 앞두고 두 나라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져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당시의 경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겠지만 이탈리아 선수들이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고 반칙을 심하게 했다. 이때 김태영 선수가 코뼈 골절상을 입어 밤늦게 우리 병으로 긴급 후송되어 진단을 받고 다음날 새벽까지 수술을 받았다.

 

그날 새벽에 최진철 선수와 정해성 코치도 탈수 증세와 복통으로 응급실로 후송되어 간단한 처치를 받았다. 김태영 선수는 앞으로의 경기에 지장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병원에서 처치한 코뼈 보호 마스크를 쓰고 출전했는데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하는 데 공로를 세웠다. 또 최용수, 김남일 선수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우리 병원에 찾아와 진료를 받았으며, 차두리 선수도 뒤에 진료를 받았다.

            
월드컵 행사 때 의료 봉사만 실시했던 것이 아니라 건양대 학생들로 구성된 월드컵 통역자원봉사단도 대전 시내 곳곳과 대학병원 내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우리 병원이 월드컵 지정병원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여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을 구사하는 30여 명의 학생들을 선발하여 한 달 동안 통역봉사를 하도록 했다. 또 영어, 중국어, 일본어, 폴란드어, 스페인어 등 대전에서 경기를 치르는 나라들의 언어를 ‘5개 국어 한마디’라는 조그만 책자로 만들어 택시 기사나 대전 시민들에게 배부하기도 했다.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이루어낸 훌륭한 선수들이 우리 건양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8강 진출의 염원을 이루었고 다시 4강 진출이라는 신화까지 만들어냈으니,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된 크나큰 국가적 경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2002년 11월 건양대병원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월드컵 경기의 의료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공적인 대회 개최와 함께 국민통합 및 나아가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월드컵은 우리 국민들이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는데, 우리 건양대병원의 역사에도 길이 남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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