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016년부터 자살예방에산이 8-9배 늘어나도 자살률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이제는 지난 20-30년 동안의 자살률 추이를 보고 거시적으로 접근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대의대 명예교수인 홍승봉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회장이 다음 주에. 개최되는 자살예방대책위원회를 앞두고 지난 10여년간 분석한 자료들과 뇌전증도움전화를 통한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등을 종합,5가지 자살에방 정책을 제안했다. 그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제안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다)
국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 국가들의 자살률 추이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10년 동안 자살률이 대부분 회원국들은 크게 감소했는데 한국은 100% 증가했기 때문이다. OECD 정신건강위원회는 긴급히 이 사안을 검토하였고 원인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이 OECD 나라들 중에 최하위이고, 두 번째는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심리치료(임상심리사에 의한 심리상담을 통한 우울증 치료)가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OECD 평균의 1/2도 안 되는 2023년도 한국의 항우울제 사용량은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한국의 소화제 처방량은 OECD 평균의 2배, 항생제 사용량은 1.6배에 이른다. 즉, 한국 의사들은 항우울제는 너무 적게 처방하고, 소화제와 항생제는 너무 과도하게 처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화제와 항생제 처방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하고, 항우울제 처방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인다면 추가 보험 재정도 필요하지 않다. 정부가 강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한국에서 우울증 치료율을 높이고 자살률을 낮추려면 다음 5개 정책들이 꼭 필요하다.
첫 번째로 2002년 3월에 고시된 SSRI 항우울제 처방 규제로 인하여 지난 20여년 동안 우울증 치료를 할 수 없었던 비정신과 의사(가정의학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일반의 등)들은 2022년 12월 1일에 60일 처방 규제가 풀렸으나 너무 오래 동안 우울증을 진료하지 않았었고 그동안 새로운 항우울제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선뜻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 항우울제 처방 규제를 고시했던 보건복지부는 비정신과 의사들에게 우울증 및 자살 예방 교육을 매년 반복해서 시행해야 한다. 인센티브를 주어서라도 강의를 듣고 우울증을 치료하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항우울제 사용량은 가정의학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과가 비슷하다. 반면 한국은 가정의학과 항우울제 사용량이 정신과의 20-30분의 1도 안 된다.
두 번째는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올해 제작한 “정신과 진료 현장에서 자살예방을 위한 표준진료지침”을 정신과에만 국한하지 말고, 전체 의사들에게 배포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게 해야 한다. 지침의 앞쪽 약물 치료 부분 (KQ1, KQ2, KQ3)은 비정신과 의사들이 교육을 받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러한 노력은 비정신과 의사들을 우울증 치료와 자살예방에 동참하게 한다. KQ1은 1) 성인 주요우울장애에 SSRI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 있다. 2) 청소년 주요우울장애에 Fluoxetine 항우울제와 인지행동치료의 병합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3) 성인 양극성 장애에는 항우울제 치료를 권장하지 않는다. KQ2는 4) 성인 양극성장애에서 Lithium (리튬)을 사용할 수 있다. 5) 성인 주요우울장애에서 Lithium과 항우울제 병합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KQ3은 6) 성인 양극성 장애에서 항경련제를 투약할 때. Valproate, Carbamazepine 또는 Lamotrigine 을 사용할 수 있다. Lithium(리튬)은 자살을 줄이는 유일하고 중요한 약인데 비정신과 의사들은 모르고 있다. 48개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들의 메타분석은 Lithium이 자살을 87% (odd ratio=0.13)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BMJ. 2013 Jun 27:346:f3646.). 저용량 Lithium 투여도 자살을 줄이는데 너무 적게 사용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Innov Clin Neurosci. 2018 Nov-Dec;15(11-12):30–32.).
세 번째는 비정신과 의사들이 진료하는 ‘신체 질환에 동반되는 우울증’은 현재의 정신질환을 뜻하는 F 코드가 아닌 G 코드를 신설해서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비정신과 의사들이 F 코드의 제한점(정신질환을 뜻하여 우울증 치료를 피함 등)에서 벗어나서 우울증 치료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우울증 G 코드 신설은 우울증 환자와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획기적인 치료 환경의 개선이다. 치매의 원인 알쯔하이머병은 F 코드와 G 코드가 모두 있다.
네 번째는 자살예방 인지행동치료에 한정해서 심리치료를 의료보험에 포함시킨다. 우선 소아청소년에 한정해서 시작해 보자. 정신과 및 비정신과(소아청소년과 등) 의사들은 소아청소년 환자가 우울증이 심하고 자살생각이 있을 때에는 인지행동치료를 의뢰하고 임상심리사(우울증, 자살예방 인지행동치료 교육과정을 수료한 심리사)는 우울증과 자살예방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다.
다섯 번째는 자살예방상담 전화 109의 효과적 활용 및 자살방지 119 응급팀의 구성이다. 의사들이 병의원에서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했을 때에는 환자의 동의를 받은 후 109에 그 환자의 전화번호를 남긴다. 그럼 109 자살예방요원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살예방 상담을 시작하고 필요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결한다. 상담결과는 의뢰한 병의원에 꼭 알려준다. 자살예방은 109에만 맡기지 말고 주치의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뇌전증도움전화(1670-5775)는 지난 5년 동안 뇌전증 환자들의 자살예방을 위하여 이렇게 시행하였는데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율이 88%에 달하여 매우 성공적이었다. 또한 지금 자살이 임박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그대로 보내지 말고 자살방지 119 응급팀 (응급팀은 비강 스프레이 항우울제 ‘스프라바토’ 응급약을 비강으로 투여하고 보호한다)에 연락해서 바로 조치하도록 한다. 스프라바토 비강 스프레이는 4시간만에 우울증상 및 자살충동을 유의하게 줄였다(Am J Psychiatry. 2018 Jul 1;175(7):620-630.). 자살자 심리부검연구(2015) 결과 53.2%가 사망 전 한 달 이내에 병의원을 방문하였고, 62%가 처음 시도 때 사망했다. 따라서, 자살이 아닌 다른 이유로 병의원 방문 시 모든 의사들은 진료전 설문지를 통하여 자살 고위험군을 스크리닝하고 찾아야 한다.
이상의 5가지 자살예방정책들이 시행되어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과 자살 고위험군 발견율 및 응급조치가 크게 높아진다면 자살률은 OECD 평균으로 떨어질 것이고 매년 수천명의 생명을 구하게 된다. 여기저기 눈치를 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자살예방 예산이 8-9배 늘었지만 자살률은 전혀 줄지 않았다. 거시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마음이 되어 실행에 옮겨야한다. 그럼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자살률 감소 정책이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