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은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포도당은 세포가 활동하기 위한 기본 연료로, 뇌와 근육, 장기가 제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인체 대사의 균형이 무너지고 다양한 장기 손상을 일으키며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홍원정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고혈당은 단순히 ‘혈액 속 당이 많은 상태’가 아니라, 혈관·신경·면역 기능 전반을 서서히 파괴하는 만성 독소와 같다”며 꾸준한 혈당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고혈당, 에너지 대사부터 흔드는 ‘인슐린 저항성’의 시작
혈당이 상승하면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해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고혈당이 반복되면 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는 혈당을 충분히 낮출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간은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지 못하고,근육은 포도당 이용 능력이 떨어지며,지방 조직에서는 염증 반응이 촉진된다.
이러한 대사적 불균형은 전신적인 에너지 대사의 혼란을 일으키고 만성 염증 상태로 이어진다.
■ 혈관부터 무너뜨리는 고혈당…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의 악순환
고혈당이 가장 먼저 손상하는 곳은 혈관 내피세포다. 혈당이 높아지면 활성산소(ROS)가 과도하게 생성돼 내피세포 기능이 떨어지고, 혈관은 점차 탄력을 잃는다. 혈관 벽은 두꺼워지거나 손상이 반복돼 염증이 만성화되고 조직으로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 미세혈관 합병증: 눈·신장·신경의 ‘조용한 파괴자’
미세혈관 손상은 눈, 신장, 말초신경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더 위험하다.
○ 당뇨망막병증(눈)
미세출혈과 부종이 생기며 시야가 흐려지고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정기적인 안저검사가 필수다.
○ 당뇨신증(신장)
사구체 손상으로 단백뇨가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 신부전으로 진행해 투석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 당뇨신경병증(말초신경)
손·발 저림, 감각 저하, 통증 등이 나타나며 상처를 인지하지 못해 감염이나 괴사에 이를 수 있다.
■ 대혈관 합병증: 심근경색·뇌졸중 위험 ‘2~4배’
혈관 벽에 당화산물(AGEs)과 산화지질이 축적되면 염증이 활성화되고 동맥경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이로 인해심근경색,뇌졸중,말초동맥질환(하지 허혈)등 치명적 혈관질환이 발생한다. 당뇨병 환자는 비당뇨인 대비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2~4배 높다.
■ 신경계·면역 기능 저하까지… 전신적 영향
고혈당은 신경 대사를 떨어뜨리고 혈류 공급을 감소시켜말초신경 이상,손발 저림,자율신경 기능 저하등을 유발한다.
또한 백혈구의 감염 방어 능력이 저하돼 감염에 취약해지고 회복도 늦어진다. 심한 경우 상처가 낫지 않아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고혈당… “감정 관리도 치료의 일부”
스트레스는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코르티솔은 인슐린 작용을 방해해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킨다.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과 단 음식 섭취 증가도 혈당 변동을 악화시킨다.
홍 교수는 “스트레스는 고혈당을 직접 유발하는 만큼, 치료 과정에서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 명상, 심호흡, 취미 활동 등 규칙적인 스트레스 해소가 도움이 되며, 부정적 대처(흡연·과음·과식 등)는 피해야 한다.
■ 혈당 안정은 곧 건강의 시작점
혈당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인체 대사와 혈관 건강의 균형을 보여주는 지표다. 혈당이 안정적일 때 세포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장기 기능도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반대로 고혈당이 만성화되면 눈에 띄지 않는 속도로 혈관 손상,신경 손상,면역 저하등 전신의 기능이 동시에 무너진다.
홍 교수는 “혈당 관리는 단순한 생활습관을 넘어, 혈관과 세포를 보호하고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건강 원칙”이라고 강조했다.(자료출처 KH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5년 12월호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