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 세 명 중 한 명이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국내 일반 성인의 정신질환 유병률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로, 자폐 아동 가족에 대한 지원 정책의 방향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송다예 연구원)은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 232명과 부모 46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와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탐색적 요인분석 등 다변량 통계기법을 활용해 부모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전체 부모 중 29.1%가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수면 문제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국민건강조사 기준 일반 성인 정신건강 유병률(8.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부모의 스트레스 주요 원인이 자녀의 행동 문제보다 부모 자신의 ‘광의의 자폐적 성향’과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자폐 아동의 문제 행동이 부모 스트레스의 핵심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부모의 자폐 성향 변수를 반영하자 자녀 행동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하고, 부모 특성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광의의 자폐적 성향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낮은 흥미, 일정한 규칙 선호, 대화 맥락 이해의 어려움 등 가족 내에서 공유될 수 있는 신경 발달적 특성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특히 상황에 맞는 언어 사용 등 화용적 의사소통 능력의 어려움이 정신건강 문제와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정신건강 문제 유병률은 남성 22.8%, 여성 35.3%로 여성에서 더 높았다. 어머니는 불안, 우울, PTSD 등 정서적 문제에서 취약한 반면, 아버지는 중독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다.
스트레스 요인 역시 차이를 보였다. 아버지는 자녀의 공격성, 충동성 등 외현적 행동 문제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어머니는 자녀의 우울, 정서 조절 어려움 등 심리적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부모 역할 분담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지원 체계에서 벗어나, 부모의 정신건강과 신경발달적 특성까지 고려한 가족 단위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희정 교수는 “그동안 자폐스펙트럼 장애 지원 정책에서 부모의 정신건강은 상대적으로 간과돼 왔다”며 “부모의 심리적 안정은 아동의 정서와 행동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지원 체계는 반드시 가족 중심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