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용 마약류인 식욕억제제 오남용 근절을 위해 고강도 단속에 나섰다. 처방량 상위 의료기관을 겨냥한 집중 점검 결과, 다수 의료기관에서 기준을 벗어난 과다 처방이 확인되며 대규모 수사의뢰로 이어졌다.
식약처는 2026년 1월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량 상위 의료기관 50개소를 점검한 결과, 이 가운데 오남용이 의심되는 37개소를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처방 빅데이터(분석기간 2024년 11월~2025년 10월)를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외부 전문가의 의학적 타당성 검토까지 거쳐 위법 가능성이 높은 사례를 선별했다. 이와 함께 ‘비의료인의 처방전 위조 의심’ 사례 2건도 별도로 수사의뢰됐다.
적발 사례는 충격적이다. 한 의사는 체질량지수(BMI)가 23.9에 불과해 비만치료 기준에 미달하는 환자에게 약 1년간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인 펜터민을 총 2,548정 처방했다. 하루 평균 7정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의사는 체중 및 BMI 기록조차 없이 1년간 1,890정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안전사용 기준은 BMI 30 이상 환자에게 하루 최대 1정(37.5mg)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료현장에서는 기준이 사실상 무력화된 채 ‘다이어트 처방 남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장기간 반복 처방은 중독과 의존성 위험을 높일 수 있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식약처에 따르면 식욕억제제 처방 환자 수는 2021년 126만 명에서 2023년 114만 명, 2025년 107만 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의료용 마약류 특성상 오남용 가능성이 높아 관리 강화 필요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식욕억제제는 중독 우려가 높은 의료용 마약류인 만큼 의사와 환자 모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처방 전 투약이력 확인 제도를 적극 활용해 의료쇼핑 등 오남용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의사는 처방 시 ‘의료쇼핑방지정보망’과 연계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환자의 최근 1년간 투약 이력을 자동 알림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시스템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경우, 중복 처방과 과다 투약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적발을 계기로 “사후 단속을 넘어 처방 단계에서의 실질적 통제 장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료용 마약류 관리의 사각지대를 방치할 경우, 단순한 다이어트 처방을 넘어 사회적 중독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의 칼날이 향한 이번 조치가 일회성 경고에 그칠지, 의료현장의 관행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