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의 계절이 돌아왔다. 마라톤은 별도의 장비 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인 데다, 스스로 한계에 도전하며 묘한 쾌감까지 맛볼 수 있어 단연 심신을 동시에 단련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마라톤은 장시간 달리고 걷기를 반복하는 운동의 특성상 무엇보다 균형 있는 체력 안배가 중요하며, 기초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할 경우 다른 운동에 비해 부상의 위험도 크다. 이 중 ‘러너스 니(Runner’s knee)’로 불리는 무릎 부상이 대표적이며, 관절의 퇴행이 시작되는 중장년층의 마라토너들에게 특히 발생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초보 마라토너 권 모 씨(54세, 여)는 첫 마라톤 대회로 지난달 열린 2017 서울국제마라톤 10km코스에 참가했다. 5km가량 달리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기운이 빠져 걷다 뛰기를 반복하면서 1시간 만에 겨우 완주를 마쳤으나 마라톤 이후 무릎 통증이 발생했다. 권 씨는 단순 근육통이란 생각에 파스와 찜질로 치료를 대신하다 무릎을 굽히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불편해져 병원을 찾은 결과 반월상연골판 손상을 진단받았다.
반월상연골판 손상은 무릎 관절 위아래 사이 쿠션 역할을 해주는 초승달 모양의 연골 또는 연골판이 찢어져 무릎 충격 흡수나 관절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권 씨와 같은 중년 여성들은 평소 활동량이 적어 근력이 부족한 데다 마라톤의 경우 체중의 3~4배 수준의 하중이 무릎에 가해지기 때문에 연골의 손상을 가져온 것.
김병호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반월상연골판 손상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무릎 관절 주변 근력 강화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며, “일상생활에서 앉아서 할 수 있는 무릎 진자 운동은 허리를 등받이에 붙이고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으로 15회씩 2~3세트 좌우 반복해주면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라톤 전 자신의 발에 맞는 러닝화를 준비하는 것도 무릎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러닝화는 충격 흡수가 뛰어난 쿠션이 있는 제품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으나 평발인 경우 쿠션이 많이 들어간 제품은 오히려 해가 된다. 또 보통 양말을 신었을 때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 여유가 있는 신발을 골라야 두꺼운 운동용 양말을 신어도 발의 불편함이 없다.
김원장은 “마라톤대회 전후에는 충분한 전신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을 풀어주고, 무릎에 스포츠 테이프 또는 보호대 착용과 함께 달리는 자세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달릴 때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 발의 앞쪽으로 내딛으며, 착지 시에는 무릎을 조금 굽혀야 무릎에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