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 유방암의 안전지대는 없는 걸까? 해마다 유방암 발생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며, 40대 이하 젊은 유방암 환자 발생률도 여전히 높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보여지는 폐경 이후 여성의 유방암 증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집계되었던 5~60대 폐경 후 여성 유방암 환자 수가 2000년대 중반 이후에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유방암학회(회장: 조세헌/이사장: 박찬흔)가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2012 한국 여성 유방암 백서’를 발표했다. 지난 15년 새 연간 유방암 환자 발생률은 1996년 3,801명에서 2010년 16,398명으로 4배나 증가했으며, 최근 2년 새(2008~2010)만 해도 2천 5백 여명의 환자가 더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조발생률 역시 1996년 16.7이던 것이 2010년에는 67.2로 4배 이상 증가해, 곧 연간 유방암 환자 수 2만 명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2010년 한국유방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 발생자 수는 40대가 37%로 가장 높았으며, 40대 이하의 젊은 유방암 환자 발생 비율은 51.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목해야 할 변화로는 폐경 후 연령대인 5~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50대 29.1%, 60대가 14%로 아직도 40대 보다 유방암 발생 환자 수는 적지만, 발생 증가율은 최근 역전되었다.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한 한국 여성 유방암 발생 증가율은 2002년에 비해 2008년 1.9배로 1위였으며 ,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사업부와 통계청에서 집계한 바에 따르면 한국 여성이 평균 수명인 84세까지 25명 중 1명꼴로 유방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희소식도 있다. 유방암 환자는 급증하지만, 0, 1기 등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하는 비율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에는 2~4기에 진행암 진단 비율이 47.5%로 최초로 50% 미만으로 감소했다. 1996년 2~4기 진행암 진단 비율이 76.2%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무려 28.7%나 줄어든 수치다.
증상 없이 검진을 통해 유방암을 진단받는 비율도 1996년 6.4%에 2010년에는 32.7%로 5배 이상 높아졌다. 유방 보존 비율도 높아져 부분 절제술 비율이 크게 상승하고, 유방 절제술 비율은 크게 낮아졌다. 주요 암종과 사망률을 비교했을 때, 조사망률이 3.7에 불과했다. 유방암 사망률도 10만 명 당 5.3명 꼴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적극적인 건강 검진과 조기진단 비율이 높아지면서, 유방암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국가 암 검진사업 수검률에서 유방암 검진 비율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2002년에는 전체 수검 대상자 중 14.7%에 해당하는 29만 2천 명이 검진을 받았으나, 2011년에는 전체 수검 대상자 중 절반에 가까운(49.4%) 181만 3,000명이 검진을 받았다. 이는 전체 평균인 39.9%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며, 검진에 포함된 5대 암(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기존 한국 유방암은 폐경 후 여성 환자 많은 서구와 달리 폐경 이전 40대 이하 젊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최근 5년간(2006~2010) 한국인 여성 유방암 연령별 발병 비율을 살펴보면, 장년층 발병 비율이 높아지는 새로운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유방암 조발생률을 살펴보면, 1999년에 비해 2009년에 60대가 2.3배, 50대가 1.9배 증가해 전 연령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현 5~60대에서 유방암 발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2006년 50대 환자 발생 비율 중 25.7%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2010년에는 29.1%로 상승했으며, 60대 환자 발생 비율도 13%에서 14%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40대 환자의 발생 비율은 40%에서 37%로 감소했고, 30대 환자 비율 역시 14.3%에서 12.7%로 줄었다. 1996년 폐경 후 유방암 발병 비율이 39.1%였던 것에 반해, 2010년에는 48.7%로 상승했으며, 유방암 발병 중간 나이도 46세에서 49세로 높아졌다.
폐경 이후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 요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유 경험 無, 비만, 조기 초경, 늦은 첫 출산 등이 유방암 발병의 주요 위험 인자이며, 50대 이상 역시 위험 인자에 노출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유방암학회 박찬흔 이사장은 “ 40대 젊은 유방암 환자 수가 여전히 높지만, 최근에는 50대 이상 연령대에서도 동반 증가하는 추세로 서구형 유방암의 특징을 보인다.“라며, “베이미부머 세대인 현 50~60대 여성은 사회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출산율, 모유 수유율 낮아졌다. 다양한 유방암 발병 위험 인자를 보유 비율이 높아졌고, 이것이 장년층 유방암 증가의 원인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인 여성 유방암은 젊은층의 발병률이 높은 기존 특성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병이 증가하는 서구형 유방암의 특성을 더한 새로운 형태로 변화 중이다. 따라서 성인 여성 전 생애에 걸쳐 유방암 관리가 반드시 필요해 졌다.
30대부터는 매월 자가 검진으로 유방암 발병 여부를 체크하고, 40대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40대 미만에서 유방암이 발생하면, 유전자 변이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은 비만에 유의하고,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폐경 후에는 지방 조직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주된 공급원이 된다. 비만 여성일수록 지방 조직이 많고, 따라서 에스트로겐 수치도 높아져 유방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한, 경구용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거나, 폐경 후 오랜 기간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행 중인 여성들도 유방암 발병에 유의해야 한다.
보통 가족은 비슷한 생활 습관이 있으므로, 여성 가족 구성원들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일주일에 5회 이상 45분~1시간 정도 모녀가 함께 운동하고, 음주나 흡연 등과 같은 나쁜 생활 습관은 함께 교정해 나가야 한다. 가족력이나 유전자의 변이가 있어 발병 위험도가 현격히 높은 여성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도 유방암 검진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한다.
한국유방암학회 송병주 총무이사는 “20대부터 교육을, 30대부터는 자가 검진으로 유방암 발병 여부를 체크하고, 40대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을 권고한다.” 라며 “특히, 40대 이하의 전업주부나 가족을 챙기느라 본인의 건강에 소홀하기 쉬운 50~60대 여성 등 유방암 검진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도 자가 검진이나 정기 검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첨부> 1. 엄마와 딸의 유방 건강을 위한 유쾌(乳快)한 모녀 수칙
2. 유전성 유방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