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은 우리 몸에서 혈액 내 노폐물과 수분을 걸러내고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장기다. 나트륨, 칼륨, 칼슘, 인 등의 전해질 균형을 조절하고, 혈액의 산도 유지, 혈압 조절, 비타민 D 활성화, 적혈구 생성을 유도하는 호르몬 분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기능 저하 시 체내 항상성 유지에 문제가 생기고, 골다공증, 빈혈, 심혈관계 질환 등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장은 양쪽 옆구리 뒤편에 각각 위치하고, 크기는 약 12cm, 무게는 성인 기준 200~250g 정도다. 이러한 신장에 악성 종양이 생긴 경우를 신장암이라 한다. 전체 신장 종양의 약 85%를 차지한다. 신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일부 환자에게서 혈뇨, 옆구리 통증, 복부 종괴,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러한 증상만으로는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대표적인 위험인자는 흡연, 비만, 고혈압, 당뇨병, 장기간 투석, 유전적 요인 등이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정준 교수는 “신장암은 조기에는 대부분 무증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발견 시 이미 2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다행히 최근에는 건강 검진을 통한 초음파 검사 등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암이 발견되는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장암 치료는 병기, 환자의 나이, 전신 상태 및 동반 질환 유무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이 낮기 때문에 수술적 절제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기 진단 후 적절한 수술을 시행할 경우 예후가 좋은 편이다. 2017~2021년 기준 신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86.4%로, 갑상선암, 유방암, 전립선암에 이어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
수술적 치료는 크게 전절제술과 부분절제술로 나뉜다. 전절제술은 암이 발생한 신장을 전체 절제하는 방식으로, 한쪽 신장은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수술 직후 반대편 신장이 기능을 보완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부하로 인해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만성신부전,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등 이차적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하고, 일부 환자는 투석과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정준 교수는 “전절제를 시행한 환자의 약 20%가 투석 등 치료가 필요한 단계까지 진행된다”며 “신기능 저하 상태에서는 향후 암 재발이나 다른 중증질환 발생 시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가능한 경우 부분절제술이 권장되고 있다. 부분절제술은 암 조직만을 제거하고 건강한 신장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전절제술과 유사한 완치율을 보이면서 신기능 유지 측면에서 우수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신장암 수술의 약 70%가 부분절제술로 시행되고 있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신기능 감소는 대개 5~2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정준 교수는 “과거에는 암 조직을 최대한 넓게 절제하는 것이 수술의 원칙이었지만, 현재는 환자의 삶의 질과 신체 기능 보존을 함께 고려하는 치료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신장암은 부분절제 후 단기간에 신부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아, 최근에는 기술 발전에 따라 부분절제술의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로봇수술기를 활용한 고난도 수술법인 ‘무허혈 부분절제술’도 시행되고 있다. 신장은 혈류량이 많은 장기로, 수술 시 출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신장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한 상태(허혈 상태)에서 종양을 절제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그러나 허혈 시간이 길어질 경우 신기능 보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수술 시간 단축과 허혈 시간 최소화가 중요한 수술 성공 요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