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 건물의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35개의 대학을 방문한 일이 있다. 건축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느 대학 설계가 잘 되었는지 교사와 강의실, 연구실, 실험실 등의 배치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새로 지은 대학들은 하나 같이 깨끗해 보였다. 특히 용인의 외국어대학은 학생들의 데모로 플래카드 투성이었지만 강의실과 화장실 청소는 깨끗하게 되어 있었다. 아마도 사무처장이나 총무과 직원이 정리 정돈과 청소에 철저한 분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대학은 교실과 복도 청소를 한 달쯤은 안한 것 같았고, 특히 화장실은 냄새에 담배 꽁초 등으로 불결했다. 나는 오랫동안 병원 운영을 해오면서 ‘김안과는 깨끗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래서 건양대도 깨끗한 학교라는 평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실내 금연ㆍ꽁초 안 버리기 등 대대적인 홍보와 계도를 실시하여 전국에서 제일 깨끗한 대학을 만들기로 했다. 교내 적정 장소에 쓰레기통을 비치해주는 한편 ‘깨끗한 대학’ 표어를 교내 곳곳에 부착, 깨끗한 대학 만들기 운동을 벌였다.
어느 대학이고 간에 부르짖는 표어는 있기 마련이지만 면학 풍토가 조성되지 않으면 대학 존립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때는 열심히 공부하는데 대학에 오면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그릇된 사고가 팽배해 있다. 한 나라의 미래가 대학에 달려 있다는 것은 어느 나라나 다를 바 없으며 그 대학의 장래는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조성 여부에 좌우된다는 것 역시 재론의 여지가 없다.
김희수총장내외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 3 기숙사 및 외국인 숙소
준공식 테이프를 끊고 있다.
나는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2,000여명 수용하는 기숙사도 짓고 도서관은 물론 2,100여석의 열람실도 마련,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특히 고시공부를 하거나 특별한 자격증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에게는 고시실을 별도로 마련,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각 건물마다 과제 열람실을 만들어 중앙도서관까지 오지 않아도 공강 시간이나 틈이 날 때는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였다. 또 도서관의 장서도 개가식으로 하여 자유자재로 들어가 책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였다. 또한 컴퓨터 시대를 맞아 전자정보실과 인터넷카페 등은 필수적인 시설이기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또 한편으론 학생들의 취미생활과 여가시간 활용을 지원해 주기 위해 당구장, 탁구장, 음악감상실, 소극장, 영화감상실은 물론 타 대학에서는 보기 어려운 골프연습장과 노래방, 칵테일 바까지 마련해 주었다. 이런 시설들은 학생들에게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을 심어주고 사회에 나가 원만하게 적응할 인간 덕목을 익히기 위한 인성교육의 산 교육장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대학,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사람, 내 가족보다는 이웃과 나라를 생각하는 인재 교육에 힘쓸 각오로 전력투구하고 있다. 다만 내 바람이 있다면 이처럼 내가 교육에 쏟는 정신적ㆍ물질적 투자가 알찬 교육의 결실로 맺어지길 바랄 뿐이다.
나는 개교 3년 전부터 교지 구입ㆍ교사 신축ㆍ실험실습 및 기자재 구입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해온 결과 1996년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재단이 튼튼한 상위 대학으로 선정되었다. 특히 학생 1인당 시설비 전국 1위, 재정ㆍ경영 부문 종합 7위, 교육비 환원율 전국 1위라는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리기도 했다. 이런 평가는 우연한 일이 아니며 대학교육협의회의 전국대학평가에서도 우리 대학이 교육여건 지표조사에서 우수대학으로 선정된 바 있다.
교육의 특성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3C 교육을 전제로 우선 영어회화 교육을 위해 영어 원어민 교수 15명을 채용하였다. 1년 동안 학생들이 원어민 교수에게 배우면서 질문도 하고 대화를 나눔으로써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말문이 트는 등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컴퓨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어느 학생이나 사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충분히 갖춰 놓았다. 21세기는 누가 정보를 지배하느냐가 세계의 지배 판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영토 확대와 자본ㆍ노동력이 있어야 세계를 지배했지만 요즘은 국제화ㆍ세계화와 정보화를 부르짖고 있다. 컴퓨터는 처음엔 286 PC를 구입해 주었으나 이후 486 PC, 586 PC 등 1년이 못되어 새 기종이 계속 나와 재구입해 주었다. 기술 발전의 속도를 보면 PC는 끝없이 새 기종이 나올 것 같다.
세 번째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누구나 졸업 때까지 그 학과에서 지목한 자격증을 꼭 하나 이상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연구 중심의 대학이 아니기 때문에 졸업 때까지 취업에 중점을 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격증 취득을 적극 권장했다.
공부하는 대학 만들기에 나는 나름대로 몇 가지를 실천해 보았다. 물론 타 대학에서도 쓰고 있는 방법이지만 지정좌석제를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좌석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출석 호명 때 대리대답을 방지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교양강좌와 합반 강의에선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해 더 연구해 볼 생각이다.
다음은 강의평가제이다. 교수님이 강의 준비를 성의껏 했는지, 강의 내용이 교과목에 일치되는지, 결강은 없는지 등을 평가하는 제도인데 처음에는 과에서 평점을 하였으나 공평성이 결여된 것 같아 학생들이 직접 평가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그것도 전에는 매학기 마지막 시간에 조교들이 평가지를 들고 강의실에 들어가 학생들로부터 쓰게 해 받았지만 이제는 전산화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열람할 때 강의평가지 설문에 답해야 들어갈 수 있도록 해놓아 아주 편리하게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