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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총장 자서전/44/뉴 밀레니엄과 함께 개원하다

1년 만에 중부권에서 최고의 시설과 규모를 자랑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

병원이 준공된 후 이제부터는 개원 시점을 언제로 하느냐가 문제였다. 2000년은 새로운 21세기가 시작되는 기점으로 개원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새로운 세기와 함께 뻗어나갈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었다. 모든 매스컴이 뉴밀레니엄의 역사적인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호들갑스러울 정도였다. 나도 생각 같아서는 2000년 1월 1일, 새천년 즉, 뉴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우리 병원을 개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병원 건물 준공이라는 큰 골격이 완성되었으니, 거기에 살을 붙이고 세세한 실핏줄까지 이어지도록 하여 하나의 살아 있는 거대한 공동체처럼 내부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해야 했다. 일단 병원 진료개시 시점을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로 잡아놓고, 의료 장비 및 기본 물품들을 설치하고, 유능한 의료진과 직원을 선발하기로 했다. 12월까지는 일단 의료기자재 설치를 완료하고 2000년부터는 의과대학 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예비진료 과정을 거쳐 개원하기로 계획을 짰다.

 

나는 최고의 의료진, 최첨단 장비, 최상의 서비스를 갖추고 진료를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종합병원의 문화를 새롭게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병원 준비위원들과 관계자들은 추위를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개원 준비에 전력 질주하였다.
우리 병원은 대전 지역 병원 최초로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으며, 환자들이 편하게 진료 받을 수 있고 진료 시간도 줄일 수 있도록 이동 동선을 고려해 외래를 보는 여러 과와 진료 부서들을 합리적으로 배치했다. 입원실 각 동마다 전망이 뛰어난 곳에는 휴게실과 간이 주방을 설치하여 환자들이 보호자들과 식사도 하고 간식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며, 병실과 휴게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ATS(자동반송장치)를 설치하여 병원 내의 모든 차트가 자동화되어 의료진이나 환자들이 차트를 들고 다니는 불편을 없앴다. ATS란 병원 천정에 레일을 설치하여 약품이나 진료 서류를 운반하도록 설계된 장치이다. 그리고 OCS(의무관리시스템)를 도입하여 진료가 끝나면 바로 약국에서 자동으로 처방된 약을 찾을 수 있게 하여 이동시간이나 대기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최첨단 시설은 그 자체만으로 대전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대전.충남 지역의 각 기관장, 학계, 의료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양대학교 병원 개원식을 가졌다.

 

 

 초대 원장으로 충남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주위의 존경을 받고 계시던 윤승호 박사를 선임하였다. 그리고 여러 의과대학이나 병원에서 충분한 임상 경력을 쌓거나 강의 경력이 있는 의사 70여 분을 모셔왔다. 병원이 원활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온갖 설비나 최첨단 장비도 중요하지만, 이를 가동시키는 보이지 않는 인력의 힘이 가장 소중하다. 병원 자체는 무생물체이지만, 병원을 이끌어가는 어떠한 힘이 마치 사람의 정신처럼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수십 년 병원을 운영해오면서 잘 알고 있었다.


진료 분야는 내과와 외과의 각 분야와 안과, 피부과, 정신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30여 개에 달하는 진료과목을 개설했다. 특히 암센터, 통증클리닉, 골수이식, 소화기센터, 종합건강검진센터 등 특수 클리닉 시설을 갖추어 환자들의 다양한 진료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장례식장은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우리나라는 5일장, 3일장을 지내는 풍습이 있는데 요즘에는 3일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며칠씩 장례를 지내다보니 바가지 상혼이 횡행하고 상주들은 겨를이 없어 알면서도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들었다. 우리 병원의 장례식장은 621평 규모로 지었는데 모든 운영을 병원에서 직영하여 새로운 장례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시작했다.

 

장례식장이라고 하면 우중충한 분위기를 연상하기 쉬운데 자연채광을 한껏 살려 밝고 깨끗한 환경이 되도록 했고, 최신 설비를 갖춘 주방에서 필요한 상가 음식들을 위생적으로 조리하도록 했다. 장례 물품들도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도록 하고 장의차를 운전하는 기사까지도 일체의 팁이나 수고비를 받지 않도록 하여 합리적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한번은 장례식장을 이용했던 한 유족이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의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여 고맙다고 약간의 돈을 주었는데 며칠 후 우편 전신환을 통하여 집으로 그 돈을 돌려보내왔다는 편지를 나에게 보내오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합심하여 부지런히 개원 준비를 한 끝에 예정했던 진료 개시일보다 1개월이나 앞당겨 개원, 2월 1일부터 진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병원의 모토로 ‘교수가 365일 진료하는 병원’을 내걸었다. 교수들이 휴일이나 야간 할 것 없이 상근하면서 진료하고 있음을 강조하여, 병원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자는 취지였다. 365일 연중무휴 진료는 내가 병원을 처음 개원할 때부터 지켜온 불문율 같은 것이다.


그리고 터가 넓은 우리 병원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700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과감하게 무료로 개방했다. 그러나 주차장 개방은 오래가지 못해 유료로 전환해야 했다. 왜냐하면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니까 밤이면 각종 화물차의 주차장으로 변하고 낮에도 장기 주차하는 차들이 늘어나는 등 도저히 감당할 수 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원 첫날 오전 10시 22분에 산부인과에서 첫 아기가 태어났다. 이는 새 병원의 새 출발을 축복해주는 신호로 우리는 이 아기를 ‘건양 아기’로 명명하고 산모와 아기에게 기념패와 출산 세트를 증정함은 물론, 1인 입원실 사용과 입원비 전액 감면의 혜택을 제공했다. 아기의 출생과 함께 뜻밖에 선물을 받으며 기뻐하는 환자분들을 보며, 나 역시 건양대병원을 출생한 산모였기에 그에 못지않은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또한 병원을 개원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인 3월 13일, 1만 번째 환자가 병원에 등록했다. 그날 우리는 비밀리에 카운트를 하고 있다가 1만 번째 들어오는 분에게 화환을 걸어드리며 축하 인사를 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인 이분은 영문도 모르는 채 얼떨떨해 있다가 자세한 설명을 듣고는 자기도 기쁘다며 병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했다. 나는 이분에게는 32만원에 상당하는 무료 종합건강진단권과 평생 진료비 할인권 등을 기념 선물로 증정했다. 개원 한달여 만에 1만 번째 환자를 맞는다는 것은 상상치 못했던 일이라서 나뿐만 아니라 모든 교직원들을 고무시켰다.


첨단 시설과 쾌적한 환경, 365일 교수들의 직접 진료 등 새로운 병원문화를 내세운 우리의 개원 전략은 적중하여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환자가 증가했다. 그에 따라 개원 1년이 채 못 되어 병원 경영이 손익분기점을 넘게 되었고, 1년 만에 1일 외래환자 1000명, 입원환자 600명 선을 넘기는 등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나갔다. 그래서 처음에는 300병상 규모만 가동하고 환자 추세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하려던 나의 당초 구상은 빗나갔다. 환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어 불과 7개월 만에 병원 건물 전체를 오픈하여 680병상 모두를 풀가동하게 되었다. 건양대병원은 1년 만에 대전을 비롯한 중부권 지방에서 최고의 시설과 규모를 자랑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모든 공적은 교직원들의 피나는 노력과 지역주민들의 사랑과 도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건양대병원의 정식 개원식은 2000년 5월 3일 화창한 봄날에 가졌다. 그날은 봄 날씨답지 않게 햇볕이 쨍쨍하여 중앙현관 앞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식을 진행해야 했다. 대전ㆍ충남지역의 각 기관장들을 포함 병원ㆍ의료계 인사들, 학계 인사들 그리고 지역인사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해 새 병원의 장도를 축하해주었다. 병원 주위의 신록이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던 터에 각처에서 보내온 화환으로 주차장 일대는 꽃바다를 이룬 듯 장관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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