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맞는 긴 휴식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반가운 가족과의 만남, 정성껏 차린 음식, 모처럼의 여유까지. 그러나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든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명절마다 건강 문제로 곤욕을 치른 뒤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부천세종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정의학과 전문의들과 함께 명절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짚어봤다.
■ “마음의 압박, 몸으로 터진다”…명절 스트레스의 역습
명절 기간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 요인은 단연 스트레스다. 반복적인 조리와 가사 노동은 손목 터널 증후군, 어깨 결림, 허리 통증을 유발하고, 장거리 운전은 관절 경직과 피로를 키운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다. 가족 간 갈등, 가사 분담의 불균형, 친척들의 무심한 질문 등으로 생긴 심리적 압박이 억눌릴 경우, 이른바 신체화(Somatization)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흔히 ‘화병’으로 불리는 상태다.
고칼로리 음식 섭취와 감정 억압이 겹치면 신경성 소화불량, 두통, 어지럼증은 물론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 심장 두근거림, 얼굴 열감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뇌의 전두엽 기능 저하와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아드레날린) 증가에 따른 생리적 반응이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심장 근육의 일시적 마비를 일으키는 ‘상심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은송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이러한 증상을 ‘마음이 약해서’ 생긴 꾀병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환자는 실제로 극심한 통증을 겪고 있으며, 비난은 전두엽의 과부하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명절 스트레스 증상은 연휴 이후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다만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고려해야 한다. 방치할 경우 만성 피로 증후군이나 우울증, 고착화된 신체화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 온열 요법, 충분한 수면이 자율신경계 균형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친밀한 사람과의 대화, 음악 감상, 산책 등 평소 좋아하는 활동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가족 간 공감과 역할 분담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우 과장은 “명절 스트레스는 우리 몸이 보내는 정교한 신호”라며 “올 설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배려로 서로의 회복을 돕는 응원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과식은 칼로리 문제가 아니다”…당독소와 심장 부담
명절 음식은 대부분 떡, 한과, 수정과, 식혜 등 당 함량이 높고, 전·튀김처럼 고온 조리 음식 위주다. 여기에 활동량 감소까지 더해지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김수연 가정의학과 과장은 “명절 과식은 단순히 많이 먹는 문제가 아니라, 당독소가 많은 음식을 한 번에 과다 섭취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당독소는 혈관과 심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겨울철 추위로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한 상태에서 장거리 운전, 가사 노동,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심혈관계 위험은 배가된다.
국내 대학병원 연구진이 약 9만5천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명절 기간 하루 평균 심정지 발생률은 평일보다 약 18% 높았고, 병원 도착 후 사망률 역시 평일이나 일반 공휴일보다 약 2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절 마지막 날에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고령자와 당뇨, 고혈압, 협심증 등 기저질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과장은 “명절에는 ‘쉬면 낫겠지’ 하며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가슴을 조이는 통증, 이유 없는 식은땀, 심한 소화불량은 심혈관계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설 명절은 쉼과 재충전의 시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스트레스와 과식, 무리한 일정은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로 되돌아올 수 있다. 올 설에는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서로를 배려하는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