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총장직을 다시 맡은 나에게 여러 모로 의미 있는 해가 되었다. 학교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으면 조용히 물러나 뒤에서 지켜보겠다던 당초의 생각과는 달리, 1월 31일 제6대 총장에 취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3월에 나는 영광스럽게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장하게 되었다.
사실 훈장 수여는 그 전 해에 나온 이야기였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대학 총장을 맡아 동분서주하는 나를 교육계에서 좋게 평가하고 격려해 주고자 한 것 같았다. 그것도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것 중에 가장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수여받게 된 것은 나 개인 뿐 아니라 우리 대학으로서도 크나큰 영광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즈음 우리 대학병원에서 수술 환자가 뒤바뀌는 불미스런 사고가 일어나,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국민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었고, 또 나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병원과 대학은 경영이 분리되어 책임자인 대학병원장이 따로 있지만 병원 역시 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일련의 책임의식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나는 국민훈장 수훈을 사양하겠다는 뜻을 정부 측에 전달했고, 교육부 담당부서에서도 내 뜻을 이해하여 그 해에는 일단 취소가 되었다. 고맙게도 교육부에서는 그 훈장을 다음 해로 미루어 수여하기로 통보해왔고 더 이상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해 수장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교육자로서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무궁화장을 받자마자 교육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 일이었다. 더구나 대전캠퍼스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경을 써야 할 데가 많았고, 입학 경쟁률이나 취업률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마음을 놓기에는 이른 터였다. 운명처럼 나는 6대 총장을 이어가게 되었고,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학교 경영에 임하기로 했다. 우리말에 삼세판이라고 하여 어떤 일이든 세 번은 도전해야 그 결과나 성과가 판가름 난다고 했는데 유종의 미를 잘 거두고 싶었다.
취임식에서 나는 논산 반야캠퍼스와 대전 관저캠퍼스의 특성화를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2015년부터 시작되는 대학 입학자원 감소에 대비하여 반야캠퍼스는 특색 있는 유일한 학과만 집중 육성하고, 관저캠퍼스는 보건의료계 학과들로 특성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관저캠퍼스는 2만5천 평 규모의 부지를 더 확보하여 강의동과 학생복지시설, 체육관 등을 더 지어 대전권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 해외취업에 도전하고,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화된 대학으로 발돋움할 것을 약속했다. 건양대병원 역시 로봇 사이버나이프 같은 최첨단 의료기기를 도입하여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연구와 진료에 있어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대학, 학생중심의 대학, 책임경영의 대학, 만족하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김희수총장이 김신일 부총리로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고 있다.
3월 9일 마침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종합청사 11층 대강당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당시 부총리를 겸했던 김신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께서 국민교육에 힘써 온 유공자들에게 시상했고, 나는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이라는 무궁화장을 수장했다. 수상 소감에서 나는 건양가족 모두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으며, 건양대를 모범 사학으로 육성하고 건양대병원을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건양대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남들에게 무리하게 보이는 목표를 내세우고 내핍을 강조해 왔던 나의 운영 스타일에 건양인 모두가 잘 따라와 주고 호응해 준 덕분임을 잘 알고 있다.
무궁화장 훈장은 국가가 나에게 내려준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와 병원을 잘 경영하여 국민 교육과 건강에 더욱 힘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대학의 본관인 명곡관 6층에는 무궁화장홀이 있다. 본관을 짓고 난 후 6층 강당의 명칭을 붙이지 못했는데, 내가 무궁화장을 수훈하자 학교에서 ‘무궁화장’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학사보고회나 여러 가지 중요한 행사가 이곳에서 열리는데, 나는 무궁화장을 수훈한 소명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마음에 새기고 있다.